# 운수 좋은 날 잡지명 : 개벽 제48호 발행일 : 1924년 06월 01일 제목 : 운수 조흔 날 작가 : 憑虛(빙허) 현진건 1924년 6월 [[개벽]] 48호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https://db.history.go.kr/common/imageViewer.do?levelId=ma_013_0470_0320 ## 내용 현진건(玄鎭健)이 지은 단편소설. 1924년 6월  『개벽』48호에 발표되었다. 한 인력거꾼에게 비오는 날 불어닥친 행운이 결국 아내의 죽음이라는 불행으로 역전되고 만다는, 제목부터 반어적(反語的)인 소설이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 ‘재수가 옴 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인력거꾼 김 첨지에게 행운이 불어닥친다. 아침 댓바람에 손님을 둘이나 태워 80전을 번 것이다. 거기에다가, 며칠 전부터 앓아 누운 마누라에게 그렇게도 원하던 설렁탕 국물을 사줄 수 있으리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를, 1원 50전으로 불러 세운 학생 손님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엄청난 행운에 신나게 인력거를 끌면서도 그의 가슴을 누르는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하던 마누라 말이 계속 마음에 켕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손님과 흥정하여 또 한 차례 벌이를 한 후 이 ‘기적’적인 벌이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길가 선술집에 들른다. ‘훈훈하고 뜨뜻’한 선술집의 생생한 분위기 속에서 얼큰히 술이 오르자, 김 첨지는 마누라에 대한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건주정을 하며 ‘원수엣돈’을 팽개치기도 하고 미친 듯이 울고 웃는다. 마침내 취기 오른 김 첨지가 설렁탕 국물을 사들고 집에 들어오자, 이미 숨진 마누라와 빈 젖꼭지를 빨고 있는 개똥이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았던 오늘 닥친 마누라의 죽음에 김 첨지 혼자 비통하게 울부짖는다. 이 소설은 반어(反語)에 의하여 그 비극적 효과가 잘 드러나고 있는, 하나의 초점을 향하여 매우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이다. 또한, 비의 배경도 아주 의미 깊게 설정되어 있다. 끊임없이 환기되는 불결한 겨울비의 이미지는 아내의 죽음을 예시하는 기능적 배경일 뿐만 아니라, 김 첨지가 놓인 ‘추적추적’한 환경 자체를 상징한다. 그것은 식민지 도시의 하층민의 열악한 삶을 그대로 표상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작가가 현실을 이상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실상에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김 첨지는 특수한 개인이 아니라, 식민지 민중이 겪는 고난을 대표하는 전형(典型)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이러한 김 첨지라는 인물전형의 창조는 1920년대 중반, 민중의 삶을 주로 다룬  신경향파문학(新傾向派文學)의 대두와 그 맥락이 닿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 개인의 문학적 변모에 주목하여볼 때, 이 작품은 지식인 중심의 초기 자전적 소설을 청산하고, 식민지의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여 그 가장 큰 희생자인 민중의 운명을 추구하는 작업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현진건의 소설 중 사회의식과 반어적 단편 양식이 가장 적절히 결합된 것으로서, 1920년대 사실주의적 단편소설의 백미로 평가된다. ## 본문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나리는 날이엇다. 이 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군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조흔 날이엇다. 문 안에(거긔도 문 밧근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압집 마마님을 전차길까지 모서다 들인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잇슬가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나리는 사람 하나 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을 보내고 잇다가 마츰내 교원인 듯한 양복장이를 동광학교(東光學校)까지 태여다 주기도 되엿다. 천 번에 30전, 둘재 번에 50전- 아츰 댓바람에 그리 흉치 안흔 일이엇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부터서 근 열흘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 첨지는 10전 짜리 백동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각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깃벗섯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80전이란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랏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잔도 적실 수 잇거니와 그보담도 알는 안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줄 수 잇슴이다. 그의 안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서 달포가 넘엇다. 조팜도 굼기를 먹다십히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본 일이 업다. 구태여 쓰랴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부려서 자꾸 온다는 자긔의 신조(信條)에 어대까지 충실하얏다. 딸하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업스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업스되 반드시 누어 가지고 닐어나기는 새로도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팝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 때도 김 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엇어서 좁쌀 한 되와 10전 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엇더니, 김 첨지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으로 냄비에 대고 끌이엇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달지 안하 채 익지도 안흔 것을 그 오라질 년이 숫가락은 고만 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가튼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슬 듯이 처박질드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땡긴다 배가 궹긴다고 눈을 홉뜨고 질알병을 하얏다. 그 때 김 첨지는 열화와 가티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조랑복은 할 수가 업서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웨 눈을 바루 뜨지 못해!』하고 김 첨지는 알는 이의 뺨을 한번 훌여 갈겻다. 홉뜬 눈은 족음 바루어젓건만 이슬이 매치엇다. 김 첨지의 눈시울도 뜨근 뜨근한 듯 하얏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안핫다.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십다고 남편을 졸랏다. 『이런 오라질 년! 조팝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질알을 하게』라고 야단을 처보앗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싀언치는 안핫다. 인제 설렁탕을 사줄 수도 잇다. 알는 어미 겨테서 배꼽하 보채는 개똥이(세 살 먹이)에게 죽을 사줄 수도 잇다. - 80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얏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근치지 안핫다. 땀과 빗물이 석거 흘으는 목덜미를 기름 주머니 다 된 외목수건으로 딱그며 그 학교 문을 돌아나올 때이엇다. 뒤에서 『인력거!』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긔를 불러 멈춘 사람이 그 학교 학생인 줄 김 첨지는 한 번 보고 짐작할 수 잇섯다. 그 학생은 닷자곳자로.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요』라고 물엇다. 아마도 그 학교 긔숙사에 잇는 이로 동긔방학을 리용하야 귀향하랴 함이리라.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얏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잇고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츰 김 첨지를 보고 뛰어 나왓슴이리라. 그러치 안흐면 웨 구두를 채 신지도 못해서 질질 끄을고 비록 고구라 양복일 망정 노박이로 비를 마즈며 김 첨지를 뒤조차 나왓스랴. 『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슴입니까』하고 김 첨지는 잠간 주저하얏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업시 그 먼 곳을 철벅어리고 가기가 실혓슴일가? 처음 것 둘재 것으로 고만 만족하얏슴일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맛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압헤 족음 겁이 낫슴이다. 그러고 집을 나올제 안해의 부탁이 마음이 케이엇다.- 압집 마마한테서 불러려 왓슬 제 병인은 그 뼈만 남은 얼굴에 유일의 생물가튼, 유달리 크고 움푹한 눈에 애걸하는 빗을 띄우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부터 잇서요. 내가 이러케 압흔데..』라고 모긔소리가티 중얼거리고 숨을 걸으렁 걸으렁 하얏다. 그 때에 김 첨지는 대사롭지 안흔 듯이, 『압다 젠장마질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맛붓들고 안젓스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하고 훌적 뛰어 나오랴니까 환자는 붓잡을 드키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즉이 들어 와요』하고 목 메인 소리가 뒤를 딸핫다.-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뎍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안해의 얼굴이 김 쳠지의 눈 압헤 어른어른 하얏다. 『그래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란 말이요』하고 학생은 초조하듯이 인력거군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말 가티 『인천 차가 열 한 점에 잇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든가』라고 중얼거린다. 『1원 50전만 줍지요』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숙 김 쳠지의 입에서 떨어젓다. 제 입으로 불으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래엇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 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욕긔가 병자에 대한 념려를 살우고 말앗다. 혈마 오늘 내로 어떠랴 십헛다. 무슨 일이 잇드래도 재일 재이의 행운을 깝친 것보탐도 오히려 꼽절이 만흔 이 행운을 노칠 수 업다 하얏다. 『1원 50전은 넘우 과한대』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얏다. 『아니올시다. 리수로 치면 여긔서 거긔가 시오리가 넘담니다. 또 이런 진날은 좀 더 주서야지요』 하고 빙글빙글 웃는 차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업는 깃븜이 넘처 흘럿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어린 손님은 이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려 제 갈대로 갓다. 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김 쳠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겁분하얏다. 다름질을 한다는 이보다 거의 나는 듯 하얏다. 바퀴도 어떠케 속히 도는지 구은다는 이보다 마치 어름을 지처나가는 스케트 모양으로 미끌어저 가는 듯 하얏다. 얼은 땅에 비가 나려 밋그럽기도 하얏지만.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젓다. 자긔 집 갓가이 다달은 까닭이다. 새삼스럽은 념려가 그의 가슴을 눌럿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러케 압흔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렷다. 그러고 병자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긔를 노리는 듯 하얏다. 그러자 엉엉하고 우는 개똥의 곡성을 들은 듯 십다. 딸국 딸국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 십다... 『웨 이러우. 긔차 노치겟구먼』 하고 탄 이의 초조한 부르지짐이 간신이 그의 귀에 들어왓다. 언뜻 께달으니 김 쳠지는 인력거 채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츰 멈처잇지 안흔가. 『예 예』 하고 김 쳠지는 또 다시 달음질 하얏다. 집이 차차 멀어 갈스록 김 쳠지의 거름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얏다. 다리를 재게 놀려야만 쉴 새 업시 자긔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니질 듯이. 정거장까지 끄어다 두고 그 깜작 놀랜 1원 50전을 정말 제 손에 쥠에 제 말 맛다나 십리나 되는 길을 비를 마저가며 질퍽거리고 온 생각은 아니하고 그저나 어든 듯이 고마웟다. 졸부나 된 듯이 깃벗다. 제 자식빨밧게 안되는 어린 손님에게 몃번 허리를 굽히며 『안녕히 단여옵시요』 라고 각듯이 재우첫다. 그러나 뷘 인력거를 털털거리며 이 우중에 돌아갈 일이 꿈밧기엇다. 로동으로 하야 흘은 땀이 씩어지자 굼주린 창자에서 물 흘으는 옷에서 어슬어슬 한긔가 쏫아나게 비롯하매 1원 50전이란 돈이 얼마나 괴치 안코 괴로운 것인 줄 절절히 늣기엇다. 정거장을 떠나가는 그의 발길은 힘 하나 업섯다. 왼 몸이 옹송그러지며 당장 그 자리에 업허저 못 닐어날 것 가타얏다. 『젠장마질 것. 이 비를 마지며 뷘 인력거를 털털거리고 돌아를 간담. 이런 빌어먹을. 제 할미를 부를 비가 웨 남의 샹판을 딱딱 딱려!』 그는 몹시 화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개걸거렷다. 그럴 지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쳣나니 그것은 『이러구 갈 게 아니라 이 근처를 빙빙 돌며 차 오기를 기다리면 또 손님을 태우게 될는지도 몰라』 란 생각이엇다. 오늘은 운수가 괴상하게도 조흐니까 그런 요행이 또 한 번 업스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굴리는 행운이 꼭 자긔를 기다리고 잇다고 내기를 해도 조흘 만한 미듬을 엇기 되엇다. 그러타고 정거장 인력거군의 등살이 무서우니 정거장 압헤 섯슬 수는 업섯다. 그래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 본 일이라 바루 정거장 압 전차 정류장에서 족음 떨어지게 사람 단이는 길과 전차길 틈에 인력거를 세워 노코 찬 자긔는 그 근처를 빙빙 돌며 형세를 관망하기로 하얏다. 얼마 만에 긔차는 왓다. 수십명이나 되는 손이 정류장으로 쏘다저 나왓다. 그 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는 김 쳠지의 눈엔 양머리에 뒤측 놉흔 구두를 신고 만도까지 둘은 기생 퇴물인 듯 난봉 녀학생인 듯한 녀편네의 모양이 띄이엇다. 그는 실근실근 그 녀자의 겨트로 다가들엇다. 『아씨 인력거 아니 타시랍시요』 그 녀학생인지 만지가 한참은 매우 탯갈을 빼며 입슐을 꼭 담은 채 김 쳠지를 거들떠보지도 안핫다. 김 쳠지는 구걸하는 거지나 무엇가티 연해 연방 그의 긔색을 삷히며 『아씨 정거장 애들보담 아주 싸게 모서다 들이겟습니다. 댁이 어대신가요』 하고 축은 축은하게도 그녀자의 들고 잇는 일본식 버들고리짝에 제 손을 대엇다. 『웨 이래 남 귀치안케』 소리를 벽역가티 질르고는 획 돌아선다. 김 쳠지는 어랍시요 하고 물러섯다. 전차는 왓다. 김 쳠지는 원망스럽게 전차 큀€는 이를 노리고 잇섯다. 그러나 그의 예감(豫感)은 틀리지 안핫다. 전차가 빡빡하게 사람을 실고 움직이기 시작하얏슬제 타고 남은 손 하나이 잇섯다. 굉장하게 큰 가방을 들고 잇는 걸 보면 암아 붐비는 차안에 짐이 크다 하야 차장에게 밀려 나려온 눈치이엇다. 김 쳠지는 대여섯다. 『인력거를 타시랍시요』 한동안 갑스로 승강을 하다가 60전에 인사동까지 태여다 주기로 하얏다. 인력거가 무거워지매 그의 몸은 이상하게도 가벼워젓다. 그러고 또 인력거가 가벼워지니 몸은 다시금 무거워젓건만 이번에는 마음조차 조조해 온다. 집엣 광경이 자꾸 눈 압헤 어른거리어 인제 요행을 바랄 여유도 업섯다. 나무둥걸이나 무엇 갓고 제 것 갓지도 안흔 다리를 연해 꾸지즈며 질팡갈팡 뛰는 수밧게 업섯다. 저 놈의 인력거군이 저러케 술이 취해 가지고 이 진땅에 어찌 가노』 라고 길 가는 사람이 걱정을 하리만큼 그의 거름은 황급하얏다. 흐리고 비 오는 하늘은 어둠침침하게 벌서 황혼에 갓가운 듯 하다. 창경원 압까지 다달앗서야 그는 턱에 다흔 숨을 돌리고 거름도 느추잡앗다. 한 거름 두 거름 집이 갓가워 갈스록 그의 마음조차 괴상하게 누그러웟다. 그런데 이 누그러움은 안심에서 오는 게 아니요 자긔를 덥친 무서운 불행을 뷘틈업시 알게 될 때가 박두한 것을 두리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는 불행에 다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느리랴고 버르적어럿다. 긔적(奇蹟)에 갓가운 벌이를 하얏다는 깃븜을 할 수 잇스면 오래 진이고 십헛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사면을 삷히엇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긔 집-곳 불행을 향하고 다라가는 제 다리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업스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아다고 구해다고 하는 듯 하얏다. 그럴 지음에 마츰 길가선 술집에서 그의 친구 치삼이가 나온다. 그의 우글우글 살찐 얼굴에 주홍이 댓는 듯, 온 턱과 뺨을 시커머케 구레나틋이 덥헛거든 노르탱탱한 얼굴이 밧작 말라서 여긔저긔 고랑이 파이고 수염도 잇대야 턱 미테만 마치 슐닙송이를 꺼구로 부텨노흔 듯한 김 첨지의 풍채하고는 긔이한 대상을 짓고 잇섯다. 『여보게 김 첨지. 자네 문안 들어갓다 오는 모양일세 그러. 돈 만히 벌엇슬 테니 한 잔 빨리게』 뚱뚱보는 말락굉이를 보든마테 부르지젓다. 그 목소리는 몸집과 딴판으로 연하고 삭삭하얏다. 김 첨지는 이 친구를 맛난 게 어떠케 반가운 지 몰랏다. 자긔를 살려준 은인이나 무엇가티 고맙기도 하얏다. 『자네는 벌서 한 잔한 모양일세 그러. 자네도 오늘 재미가 조핫나버이』 하고 김 첨지는 얼굴을 펴서 웃엇다. 『압다 재미 안 조타고 술 못 먹을 낸가. 그런데 여보게 자네 왼 몸이 어째 물독에 빠진 새앙쥐 가튼가. 어서 이리 들어와 말리게』 선술집은 훈훈하고 떳떳하얏다. 추호탕을 끄리는 솟뚜껑을 열 적마다 뭉개뭉개 떠오르난 힘 김, 석쇠에서 뻐지짓 뻐지짓 구어지는 너부안 굴이며 저육이며 간이며 콩팟이며 북어며 빈대떡... 이 너저분하게 늘어노힌 안주 탁자, 김 첨지는 잡작이 속이 쓸여서 견될 수 업섯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긔 잇는 모든 먹음먹이를 모조리 깡거리 집어 삼켜도 싀언치 안핫다. 하되 배곱흔 이는 위선 분량 만흔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로 하고 추호탕을 한 그릇 청하얏다. 주린 창자는 음식 맛을 보더니 더욱 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 들이라 하얏다. 순식간에 두부와 미꼬리 든 국 한 그릇을 그양 물가티 들어켜고 말앗다. 세째 그릇을 바다 들엇슬 제 덥히든 막걸리 꼬박이 두 잔이 더웟다. 치삼이와 가티 마시자 원원이 뷔엇든 속이라 찌르를 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근하얏다. 눌러 꼬박이 한 잔을 또 마섯다. 김 쳠지의 눈은 벌서 개개 플리기 시작하얏다. 석쇠에 언친 떡 두 개를 쭝덕쭝덕 설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꼽박이 두 잔을 부으라 하얏다. 치삼은 의아한 듯이 김 첨지를 보며 『여보게 또 붓다니. 벌서 우리가 넉 잔씩 먹엇네 돈이 40전일세』라고 주의시켯다. 『앗다 이놈아 40전이 그리 끔직하냐. 오늘 내가 돈을 막 벌엇서. 참 오늘 운수가 조홧느니』 『그래 얼마를 벌엇단 말인가』 『30원을 벌엇서. 30원을! 이런 젠장마질 술을 웨 안 부어... 괸챤타 괸챤하, 막 먹어도 상관이 업서. 오늘 돈 산뎀이가티 벌엇는데』 『어 이사람 취햇군. 고만 두세』 『이놈아 그걸 먹고 취할 내냐. 어서 더 먹어』하고는 치삼의 귀를 잡아치며 취한 이는 부르지젓다. 그러고 술을 붓는 열오륙 세 되엄즉한 중대가리에게로 달겨들며 『이놈 오라질놈. 웨 술을 붓지 안허』라고 야단을 첫다. 중대가리는 희희 웃고 치삼을 보며 문의하는 듯이 눈짓을 하얏다. 주정군이 이 눈치를 알아보자 화를 벌억 내며 『네미를 부를 이 오라질 놈들 가트니. 이놈 내가 돈이 업슬 줄 알고』하자말자 허리춤을 훔칫훔칫 하더니 일원 짜리 한 장을 끄내어 중대가리 압헤 펄적 집어던젓다. 그사 품에 몃푼은전이 잘그랑하며 떨어진다. 『여보게 돈 떨어젓네. 웨 돈을 막껴언나』 이런 말을 하며 치삼은 일변 돈을 줏는다. 김 첨지는 취한 중에도 돈의 거처를 삶히랴는 듯이 눈을 크게 떠서 땅을 나려다 보다가 불시에 제하는 짓이 넘우 더럽다는키 고개를 소스라치자 더욱 성을 내며 『봐라 봐! 이 더러운 놈들아! 내가 돈이 업나. 다리 뼉다구를 꺽거 노흘 놈들 가트니』하고 치삼의 주어주는 돈을 바다 『이 원수엣 돈! 이 륙시를 할 돈!』하면서 풀매질을 친다. 벽에 마자 떨어진 돈은 다시 술끄리는 양푼에 떨어지며 정당한 매를 밧는다는 듯이 쨍하고 울엇다. 꼬박이 두 잔은 또 부어질 결을도 업시 말려가고 말앗다. 김 첨지는 입슐과 수염에 부튼 술을 빨아들이고 나서 매우 만족한 듯이 그 솔립송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또 부어. 또 부어』라고 웨첫다. 또 한잔 먹고 나서 김 첨지는 치삼의 엇개를 치며 문득 깔깔 웃는다. 그 웃음소리가 어떠케 컷든지 술집에 잇는 이의 눈은 모두 김 첨지에게로 몰리엇다. 웃는 이는 더욱 우스며 『여보게 치삼이, 내 웃으운 이약이 하나 할가. 오늘 손을 태고 정거장에 가지 안핫겟나』 『그래서』 『갓다가 그저 오기가 안됏데 그러. 그래 전차 정륙장에서 어름어름하며 손님 하나를 태울 궁리를 하지 안핫나. 거긔 마침 마마님이신지 녀학생님이신지(요새야 어대 논단이와 아가씨를 구별할 수 잇든가) 만도를 잡수시고 비를 밧고서 잇겟지. 실근실근 갓가이 가서 인력거 타시랍시요 하고 손가방을 바드랴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빽 돌아서더니만 「웨 남을 이러케 귀찬케 굴어!」 그 소리야말로 꾀꼬리 소리지. 허허』 김 첨지는 교묘하게도 정말 꾀꼬리가튼 소리를 내엇다. 모든 사람은 일시에 웃엇다. 『빌어먹을 깍쟁이 가튼 년. 누가 저를 어쪄나. 「웨 남을 귀챤게 굴어!」 어이구 소리가 채산이도 업지. 허허』 웃음 소리들은 놉하젓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들이 살아도지기 전에 김 첨지는 훌적훌적 울기 시작하얏다. 치삼은 어이업시 주정방이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질알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김 첨지는 연해 코를 들여마시며 『우리 마누라가 죽엇다네』 『뭐 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옛기 미친 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웨, 참말로 죽엇서 참말로... 마누라 시체를 집에 뻐들처 노코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하고 김 첨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치삼은 흥이 족음 깨여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 다리엇다. 치삼의 잡는 손을 뿌리치더니 김 첨지는 눈물이 걸신걸신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죽기는 누가 죽어』하고 득의양양 『죽기는 웨 죽어. 생때가티 살아만 잇단다. 그 오라질 년이 밥을 죽이지. 인제 나한테 속앗다. 인제 나한테 속앗다』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벽을 치며 웃는다. 『이 사람이 정말 미첫단 말인가. 나도 아주먼네가 알는단 말은 들엇는데하고 치삼이도 어느 불안을 늣기는 듯이 김 첨지에게 또 돌아가라고 권하얏다. 『안 죽엇서. 안 죽엇다도 그래』 김 첨지는 화증을 내며 확신 잇게 소리를 질럿스되 그 소리엔 안 죽은 것을 미드랴고 애쓰는 가락이 잇섯다. 긔어히 1원 어치를 채워서 꼽박이 한 잔씩 더 먹고 나왓다. 구진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나린다. 김 쳠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에 다달앗다. 집이라 해도 물론 세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 떨어진 행낭방 한 간을 빌려 든 것인데 물을 길어대고 한 달에 1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김 쳠지가 주긔를 띄지 안핫든들 한 발을 대문 안에 들여 노핫슬제 그 곳을 지배하는 무싀무싀한 정적(靜寂)-포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가튼 정적에 다리가 떨리엇스리라. 쿨룩거리는 기침소리도 들을 수 업다. 걸으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업다. 다만 이 무덤가튼 침묵을 깨틀이는-깨틀인다는 이보담 한층 더 침묵을 깁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하는 그윽한 소리-어린애의 젓 빠는 소리가 날뿐이다. 만일 청각(聽覺)이 예민한 이 가트면 그 빡빡하는 소리는 빨 따름이요 꿀덕꿀덕하고 젓 넘어가는 소리가 업스니 빈 젓을 빤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김 쳠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햇는지도 몰은다. 그러치 안흐면 대문에 들어서자 말자 전에 업시 『이 난장마질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보지도 앗해 이 오라질 년』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음습해오는 무싀무싀한 증을 조차바리랼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 쳠지는 방문을 왈칵 열엇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긔-떨어진 삭자리 미테서 올라온 몬지내, 빨지 안흔 기적우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각색 때가 케케히 안진 옷내, 병인의 땀 석은 내가 석긴 추긔가 무된 김 쳠지의 코를 질럿다. 방안에 들어서며 설렁탕을 한구석에 노흘 사이도 업시 주정군은 목청을 잇는대로 다 내어 호통을 첫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 누어만 잇스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닐어나지를 못해』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은 이의 다리를 몹시 찻다. 그러나 발길에 차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둥걸과 가튼 늣김이 잇섯다. 이 때에 빡빡 소리가 응아소리로 변하얏다. 개똥이가 물엇든 젓을 빼여 노코 운다. 운대도 왼 얼굴을 찡글여부처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라 응아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배속에서 나는 듯 하얏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겻고 또 울 긔운조차 싀진한 것 갓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업는 걸 보자 남편은 안해의 머리마트로 달겨들어 그야말로 가치집 가튼 환자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부터서 이 오라질 년!』 『...』 『응으 이것 봐, 아모 말이 업네』 『...』 『이년아 죽엇단 말이냐. 웨 말이 업서』 『...』 『응으 또 대답이 업네. 정말 죽엇나 버이』 이러다가 누은 이의 흰 창이 검은 창을 덥흔, 우흐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 말자 『이 눈갈! 이 눈갈! 웨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청정만 보느냐 응』하는 말 끗헨 목이 메이엇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뚱가튼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인다. 문득 김 쳠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태 부비대며 중얼거렷다. 『설령탕을 사다 노핫는데 웨 먹지를 못하늬, 웨 먹지를 못하늬...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조트니만...